2.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코스모스>>
- 작품 창고/지적 여행의 기록
- 2021. 12. 3.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사춘기 즈음부터 우리를 따라다니며 성인이 된 후에도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와 <<코스모스>>는 '나'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 대한 것으로 확장한다. 두 책은 우리는 누구이며(혹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묻고 답하려 한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저자인 빌 브라이슨은 사실을 다루는 논픽션 작가다. 즉, 특정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그래서인지 '거의 모든 것'이라는 거창한 소재를 다룸에도 책이 술술 읽혔다. 마치 할아버지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했다. 저자는 지구의 크기나 나이와 같은 교과서에 간단히 정리되어 있는 사실을 우리가 ‘어떻게’ 알게 되었고, 그걸 ‘어떻게’ 믿을 수 있는지가 어릴 적부터 의문이었다고 밝힌다. 그 호기심에 대한 오랜 열정의 결과가 <<거의 모든 것의 역사>>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우주, 지구, 생명, 화학에 대한 이론을 단순히 나열하거나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데 치중하지 않는다. 저자는 무언가가 발견되고 이론이 정립되는 과정에서 펼쳐졌던 ‘갈등’을 중요하게 다룬다. 과학자 간의 갈등, 발견 내용이 사회에 파급되며 생기는 갈등이 좌충우돌하며 발견이 발견으로 이어지고 검증되는 과정들. 저자는 이론의 역사가 아닌 '인간 노력의 역사'에 대한 책을 썼다.
코스모스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이벤트 위주의 옴니버스식 드라마라면 <<코스모스>>는 다큐멘터리에 비유할 수 있다. 실제로 동명의 다큐멘터리가 큰 인기를 끌었고, 2014년에 리부트 되었다. <<코스모스>> 역시 '거의 모든 것'을 다루지만, 우주에 더 중점을 두고 전문적인 내용이 소개된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호기심의 갈증을 해결하는 것이 초점인 반면, <<코스모스>>는 명확한 주제의식과 더불어 저자의 절절한 외침이 들리는 듯했다. 그 외침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도, 모든 생명체도, 지구조차도 우주에서 비롯했다. 이것은 비유적 표현이 아닌 사실 그대로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국가나 민족의 구분을 뛰어넘은 근원적인 공동체에 속한다. 이를 받아들일 때, 인간은 행성 지구의 공동체로서 생각하고 공존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이 가능해진 것은 과학 덕분이다. 따라서 과학은, 인간의 과학하기의 역사는 소중하다.
<<코스모스>>는 우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는데 지면을 상당히 할애한다. 그래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와 비교하면 다소 지루하거나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도 만만치 않은 이야기꾼이다. 그는 가장 유명한 과학자이기도 하지만, 영화로도 개봉한 SF소설의 작가이기도 하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독자가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비유와 묘사를 아끼지 않는다. 다루는 내용이 우주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혹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자연스레 초점을 맞추어 준다. 칼 세이건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주와 인간에 대한 경외가 샘솟는다.
우주, 태양, 지구, 생명의 탄생을 알아내는 게 유일한 소원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을 한번도 품어 본 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 두 책은 최신의 이론으로 중무장하며 독자를 겁주고 공부시키지 않는다. 능숙하게 우리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며 우리가 존재하는 세계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준다.
(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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