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블로그에 들어왔다. 마지막 게시글은 불안에 대한 내용이다. 4월에 좋지 않았던 상태는 그런대로 괜찮아졌다가 여름에 바닥을 찍고 9월 들어서야 제대로 된 회복을 했다. 안 좋은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원인은 일과 연애였다곤 하지만, 이 두 지점에서 큰 발전이나 위안이 없음에도 거짓말처럼 회복이 됐다. 자기효능감이 정신상태에 영향을 미치듯, 자신을 사랑하는지 여부가 자기효능감에 영향을 미친다. 자기효능감은 실제로 무엇을 얼마나 잘하느냐의 객관적인 영역이 아니라 '이 정도면 괜찮다'거나 '이대로는 안 된다'는 주관적인 해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의 본질이 모자람을 품어주는 행위 혹은 그러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부족해도 나를 사랑할 수 있다. 이는 타인에게도 마찬가지여서 ..
일요일에 클라이밍을 하다가 부상을 입었다. 내 능력으로서는 조금 무리인 동작이었는데, 전완근에서 두둑 소리가 나더니 왼손 약지에 힘이 잘 안 들어갔다. '처음에는 운동을 얼마나 쉬어야 될까?'와 같은 가벼운 걱정이 들다가, '힘줄에 큰 문제가 생겨서 다시 클라이밍을 못 하는 것은 아닐까?'와 같은 심각한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비교적 가벼운 근육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운동은 2~4주 쉬어야 한다. 이제 너무 무리하지 말아야겠다. 내 능력에서 너무 벗어나는 동작에 진지하게 도전하지 말아야겠다. 확실히 회복하고 다시 운동을 하자. 이 정도 교훈을 얻고 넘어가면 될 해프닝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친구와 피시방에 갔다. 배틀그라운드를 하는데, 게임 경기력에 영향이 있을 정도로 내 심리상태가 좋지 않았다...
옷 정리를 하다가 오늘은 미뤄왔던 옷 정리를 시작했다. 나는 상당히 최근까지도 옷에 별다른 관심 없이 살았다. 혼자 옷 쇼핑을 해 본 적이 있긴 있었나? 그러다 보니 내 옷들은 대부분 친구가 옷 사러 갈 때 따라가서 사거나, 패션센스 좋은 우리 형이 사준대서 따라다녔거나 하는 식으로 우연찮게 내 것이 되었다. 여간해서는 옷을 새로 사지 않으니 옷장 정리를 자주 할 이유도 딱히 없다. 간만에 박혀있던 옷들을 꺼내어 보니 이게 5년 전일까 몇 년 전일까는 전혀 기억나지 않으면서도 '뭔가'가 기억난다. 이 후드는 KS가 좋아해서 한참 빌려줬다 돌려받았던 옷이고 저 후드는 처음으로 인스타에서 보고 충동구매했던 거고 이 조끼는 YB껀데 서로의 옷이 맘에 들어 교환했던 옷이고 이 반팔티는 여행갔을때 OD가 버릴거라..
삶은 요리 인생은 온갖 것에 비유되곤 한다. 최근 한 달간 취사지원을 나가서 요리를 해보니, 인생을 요리에 빗대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요리의 과정을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을 것이다. 취사도구와 각종 식재료를 구비한다. 식재료를 1차 손질하고 저장한다. 필요한 식재료를 골라서 요리에 쓰이는 형태로 다시 손질한다. 조리한다. 플레이팅 및 냠냠 1번과 2번은 대략 10대~20대 초반에 해당하는 것 같다. 이 시기에는 인적ㆍ물적 자원을 확보 및 확장하거나, 그럴 수 있는 역량을 갖춘다. 학교에서 대인관계 역량과 기초학력을 키우고, 이후 사회 초년생 혹은 대학생의 신분으로 본인의 전문성을 갖춰갈 영역을 탐사하게 된다. 3번은 요리의 방향성이 특정 메뉴로 구체화되는 시기이다. 이때 진로뿐 아니라 세계관, 인간관..
2021.12.09 - [나의/아이디어] - 웹툰 댓글판의 문제_1. 댓글판의 현황 베스트 댓글과 미리보기 회차 이 베스트 댓글 시스템이 문제의 큰 축을 담당한다고 생각한다. 베스트 댓글이 되기 위해서는 진정성 혹은 자극성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댓글이 쌓이면 모든 댓글을 읽는 것은 불가능하고 결국 초반에 자극적으로 이목을 끌었던 일부 베스트 댓글에 집중이 쏠린다. 이 지점에서 사람들이 왜 쿠키를 구워가며(미리보기 회차는 쿠키라는 재화를 지불해야 볼 수 있다.) 비난성 댓글을 열렬히 다는지 유추할 수 있다. 미리보기 회차에는 상대적으로 댓글이 적다. 즉 '베댓'에 대한 경쟁자가 적다. 또한 재화를 지불했다는 사실이 '비판'에 정당성을 더해주는 데다, 막 감상을 마친 따끈하고 즉각적인 정념을 댓글로 빚어내..
이 글은 2020년 10월 즈음 작성됐다. 당시 주호민의 시민 독재 발언과 애정하는 웹툰인 가 독자들에게 두들겨 맞다가 무기한으로 휴재에 들어간 것이 글을 쓴 계기다. 분노에 가득 차서 글을 썼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헬퍼2는 다시 연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두들겨 맞고 있다. 작가가 독자의 눈치를 보며 작품의 방향성을 틀어버리거나 작가의 의도대로 그려내지 못하게 되는 상황은 상상만 해도 짜증이 난다. 좋아하는 작가의 좋아하는 작품을, 작가가 의도한 그대로의 온전한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 가 그렇게 끝난 거, 그거 작가 탓하고 욕하면 땡인가? 왜 작가의 책임감만 논하는가? 부담 주고 부추긴 것은 독자들이다. 악플러들의 책임도 무겁다. '시민 독재' 발언은 왜 나왔을까 얼마 전 만화가 주호민의..
1. 클라이밍과 힘 근지구력 일단 클라이밍을 시작하면 근지구력이 무엇인지 곧바로 실감할 수 있다. 뭐 한 것도 없는데 전완근(손목과 팔꿈치 사이 팔뚝 근육)이 단단히 부풀고 더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된다. 왜일까? 우리는 땅에서 두 다리로 이동한다. 인식하지 않을 뿐 걸음을 뗄 때마다 종아리는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클라이밍은 벽에서 손과 발로 이동하는 운동이다. 걸을 때 종아리의 역할을 벽에서는 종아리와 전완근이 나눠 갖는다. 나는 클라이밍을 시작했을 때 전완근에 알이 너무 배겨서 젓가락질이 고통스럽고 신발주걱 없이 신발을 못 신었다. 내가 다소 극단적인 경우였던 것 같고, 이런 고통(?)은 2주 차 정도가 되면 사라진다. 필요한 힘 초보 단계를 넘어가면 점차 손가락 힘줄의 힘(악력과는 약간 다르다..
20만원대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려고 했다. 한동안 열심히 검색을 했는데 20만원대에 포진한 블루투스 이어폰이 생각보다 없다. 그리고 10만원대로 내려가면 갤럭시 버즈 프로의 가성비가 너무 훌륭하다. 물론 버즈는 착용감이나 외이도염 이슈가 있다. 실제로 껴보니 몸체가 통통하긴 하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올해 출시되자마자 공급량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 좋고 평도 좋았던 소니 제품(WF-1000XM)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자브라는 이번 기회에 처음 알게 된 브랜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Elite 85t를 선택한 것에 전혀 후회 없다. 구매 전에 소니 제품과 비교했던 기준과 Elite 85t의 실제 사용 소감을 남겨본다. 비교 및 판단 기준은 크게 4가지다. 검색하며 알아봤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서 ..
1. 클라이밍은 전신운동이다. 원하는 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기능적 측면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클라이밍은 헬스보다는 크로스핏이나 필라테스에 더 가깝다. 심지어는 발레나 춤에 비유하는 것도 적절하다. 클라이밍의 본질은 '벽에서' 원하는 대로 몸을 움직여 '원하는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근력, 근지구력, 순발력, 유연성, 균형감각 그리고 이 모든 요소를 통합하는 협응력이 필요하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3대 500의 헬스남보다는 취미로 춤추는 멸치남이 클라이밍을 잘할 확률이 높다. 취미로 운동을 한다 치면 보기 좋은 몸을 자연스레 바라게 된다. 클라이밍은 전신운동인 만큼 꾸준히 했을 때 균형감 있는 몸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하체가 튼실하고 상체에 힘이 없는 경우, 혹은..
여가 시간에 할 게 없어 고민인 사람들이 있다. 물론 주변을 보면 요가, 필라테스, 수영, 테니스, 헬스 등 꾸준히 취미 삼아 운동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렇다 할 취미가 있기보다는 그저 빈 시간이 약속으로 채워지면 다행이다. 딱히 일정이 없다면 유튜브, 게임, 조금 더 건전한 경우 독서와 영화감상 정도. '암벽 여제'라 불리는 김자인 선수를 들어 본 적 있을지 모르겠다. 피겨에 김연아가 있다면 클라이밍에는 김자인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자인 선수는 스포츠 클라이밍 세계랭킹 1위에 수 차례 랭크된 바 있다. 2017년에는 잠실 롯데타워(125층, 555m)를 등반해 화제가 되었다. 김자인 선수 덕분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적어도 수도권이라면 그리 멀지 않은 스포츠 클라이밍 센터..